출산 후 8개월, PT 상담 예약을 잡고 트레이너가 던진 한 마디. “다음 상담 오실 때 기초대사량 알아 오세요.” 집에 와서 검색창에 “기초대사량 계산기”를 친다. 첫 화면에 영어 사이트가 뜨고 단위는 lb·in. 한국 사이트로 넘어가면 BMI만 있고, BMR은 다른 페이지, TDEE는 또 다른 페이지. 그 사이 광고가 4번 끼어든다. 다이어트는 시작도 못 하고 30분이 사라진다. 이 글은 그 30분을 30초로 줄이는 법이다: 한국인 기준으로, 입력 1번에, 결과 3장으로.
본 글은 의학적 자문이 아닙니다. BMI·BMR·TDEE는 일반 통계 추정치이며 임산부·소아·고령자·만성질환자·근육량이 평균과 크게 다른 운동선수는 의료진 또는 영양사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한국인 BMI는 23부터 시작이다
가장 먼저 깨야 할 오해는 “BMI 25까지는 정상” 이라는 가정이다. WHO 국제 기준은 그렇지만, 한국인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대한비만학회(KOSSO)가 2022년 발표한 비만 진료지침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이 같은 BMI에서 서양인보다 체지방률이 높고 2형 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 위험이 더 일찍 올라간다는 연구를 근거로 임계점을 2 낮췄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기준을 사용한다.
| 분류 | 한국 (KOSSO 2022) | WHO 국제 기준 |
|---|---|---|
| 저체중 | < 18.5 | < 18.5 |
| 정상 | 18.5 – 22.9 | 18.5 – 24.9 |
| 과체중 | 23 – 24.9 | 25 – 29.9 |
| 비만 1단계 | 25 – 29.9 | 30 – 34.9 |
| 비만 2단계 | 30 – 34.9 | 35 – 39.9 |
| 비만 3단계 | ≥ 35 | ≥ 40 |
키 162cm·체중 60kg인 32세 여성이 있다고 하자. BMI = 60 ÷ (1.62 × 1.62) = 22.9. WHO 기준으로는 정상 한복판이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정상 상한 바로 직전이다. 같은 숫자라도 어느 기준을 보느냐에 따라 “여유 있다”와 “관리 시작” 사이를 오간다. 한국에서 진료받고 한국 식단을 먹는 한국인이라면 한국 기준을 보는 게 맞다.
BMR은 가만히 있어도 쓰는 에너지
BMI는 체형 지표일 뿐 칼로리 단위가 아니다. 다이어트의 진짜 출발선은 BMR(Basal Metabolic Rate, 기초대사량) 이다.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숨만 쉬어도 심장·뇌·신장·체온 유지에 쓰이는 에너지의 합. 1990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AJCN)에 발표된 Mifflin-St Jeor 공식이 현재 가장 널리 권장되는 표준이다.
남성 BMR = 10 × 체중(kg) + 6.25 × 키(cm) − 5 × 나이 + 5
여성 BMR = 10 × 체중(kg) + 6.25 × 키(cm) − 5 × 나이 − 161
위 32세 여성에 대입하면 BMR = 10×60 + 6.25×162 − 5×32 − 161 = 600 + 1,012.5 − 160 − 161 = 약 1,292kcal. “가만히 있는데도 1,292kcal를 태운다”는 뜻이다. 이 숫자가 다이어트 식단의 절대 하한선 역할을 한다: BMR 아래로 먹으면 몸이 “기근 상태”로 인지해 기초대사량 자체를 더 떨어뜨리고, 근손실·생리불순·집중력 저하가 차례로 따라온다.
1919년 Harris-Benedict 공식을 쓰는 사이트도 아직 많지만, 미국영양사협회(ADA)는 평균 오차가 더 작은 Mifflin-St Jeor 를 임상 기본 공식으로 채택했다. PT 상담에서 트레이너가 “어떤 공식으로 계산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Mifflin-St Jeor”라고 답하면 된다.
TDEE는 활동수준을 곱한 실제 소비량
가만히 있을 때 1,292kcal를 쓴다고 해서 1,292kcal만 먹으면 되는 건 아니다. 출퇴근하고, 회의하고, 아이를 안고, 장 보러 가는 동안 추가로 에너지가 쓰인다. 이걸 합친 게 TDEE(Total Daily Energy Expenditure, 일일권장칼로리) 이다. 계산은 간단하다.
TDEE = BMR × 활동수준 계수
활동수준 계수는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와 Harris-Benedict 표준에서 5단계로 정리돼 있다.
| 단계 | 계수 | 해당하는 일상 |
|---|---|---|
| 좌식 (sedentary) | 1.2 | 사무직 + 운동 거의 없음 |
| 가벼운 활동 (light) | 1.375 | 주 1~3회 가벼운 운동 |
| 보통 (moderate) | 1.55 | 주 3~5회 본격 운동 (헬스·러닝) |
| 활발 (active) | 1.725 | 주 6~7회 강도 높은 운동 또는 육체노동 |
| 매우 활발 (very active) | 1.9 | 하루 2회 운동 또는 운동선수 수준 |
위 32세 여성이 사무직 + 주 2회 요가라면 가벼운 활동(1.375). TDEE = 1,292 × 1.375 = 약 1,777kcal. 출산 후 육아만 하더라도 하루종일 아이를 안고 걷는다면 보통(1.55)에 가까울 수 있다. 본인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헷갈리면 활동량 매처 7문항이 직업·운동 빈도·수면 등을 묻고 자동으로 계수를 잡아준다.
다이어트·유지·증량: TDEE 기준 ±20% 시나리오
TDEE 1,777kcal가 나왔다면 그 다음은 목표 시나리오다.
- 유지 = TDEE 그대로 (1,777kcal). 현재 체중·체지방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을 때.
- 다이어트 = TDEE − 15~20% (1,422~1,510kcal). 주당 0.5~0.7kg 감량 페이스.
- 증량 = TDEE + 15~20% (2,043~2,132kcal). 근육량 증가가 주 목적일 때.
다이어트 시 “−500kcal 적자가 주 0.5kg 감량”이라는 경험칙은 지방 1g = 약 7.7kcal 환산에서 나온다. 1주일 = 7일 × 500kcal = 3,500kcal ≈ 지방 약 0.45kg. 더 빨리 빼겠다고 −1,000kcal 적자를 만들면 단기적으로 체중은 빠지지만 그중 상당량이 근육·수분이고, 기초대사량까지 떨어져 요요의 토대를 만든다.
여성의 경우 BMR 평균이 1,200~1,400kcal 사이라 −20% 적자가 BMR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때는 운동량을 늘려 TDEE를 끌어올린 뒤 적자를 만드는 게 안전하다: “덜 먹어서” 가 아니라 “더 움직여서” 적자를 만드는 방향이다.
출산 후·모유 수유 중·운동선수: 보정이 필요한 경우
Mifflin-St Jeor 공식은 일반 성인 기준이라 다음 경우에는 별도 보정이 필요하다.
모유 수유 중: 대한모유수유의사회 가이드는 BMR + 약 500kcal 추가 섭취를 권장한다. 모유 100mL 생산에 약 65kcal가 소모되고, 하루 평균 750mL 수유 시 약 500kcal가 추가로 빠진다. 이 시기 무리한 다이어트는 모유량 감소로 직결된다.
산후 6개월 이내: 호르몬 변화·수면 부족·골반 회복 등으로 기초대사량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어 Mifflin-St Jeor 결과에서 −5~10% 보정이 안전하다. 정확한 수치는 산부인과 또는 영양사 상담을 권장한다.
근육량이 평균과 크게 다른 운동선수: Mifflin-St Jeor는 평균 체성분을 가정하므로 근육이 매우 많은 보디빌더나 매우 적은 만성질환자는 ±15% 이상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InBody·DEXA 스캔으로 측정한 제지방량(LBM)을 직접 입력하는 Katch-McArdle 공식이 더 정확하다.
”마른 비만”: BMI 정상이어도 안심하지 마라
BMI 22인 사람과 BMI 22인 사람의 체지방률이 같지 않다. 마른 비만(skinny fat, normal-weight obesity) 은 BMI 정상 범위 안에 있으면서도 체지방률이 여성 30%·남성 25% 이상인 상태로, 한국 30대 여성의 약 25%가 해당한다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이 있다. BMI만으로는 잡히지 않고 InBody 같은 체성분 분석기 또는 DEXA 스캔이 필요하다.
근육량 부족이 핵심 원인이라 식단 제한보다 저항성 운동(웨이트 트레이닝) 이 우선 처방이다. PT 상담에서 BMI는 정상인데 체지방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면 “유산소 비중을 줄이고 웨이트를 늘리겠다”는 방향이 맞다.
결과 URL을 PT 상담 전에 한 번 더 본다
BMI·BMR·TDEE 계산기는 입력값을 URL 파라미터로 저장한다. pipi-worlds.com/ko/ipr_calc?h=162&w=60&a=32&s=f&l=2 같은 형태로, 이 링크를 본인 카카오톡에 보내두면 PT 상담장에서 한 번 더 열어볼 수 있다. 트레이너가 “BMR이 얼마예요?” 라고 물을 때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잘못 외운 숫자로 헛 PT 처방을 받는 일이 없다.
산후 회복 일정과 함께 다이어트 시작일을 정하고 싶다면 태어난 지 며칠인지 계산기로 출산 후 경과일을 정확히 잡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출산 100일 지나고 다이어트 시작”이라는 마음의 기준선이 있어야 PT 상담도 흔들리지 않는다.